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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웹소설] 주치의는 할 일 다하고 사표 씁니다 - 유나진 작가님

cokoala 2021. 1. 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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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2화 완결 + 외전 8화
- 작품소개 : 비실비실했던 소공자가 급사하자, 영지는 반란군 손에 들어간다. 반란은 황실에 의해 간단히 진압되었지만.. 문제는 나, 리체 에스텔이 반란군으로 몰려 교수형 신세가 된다는 것.
'억울해!' 나는 그저 영지에서 가장 실력 있는 의사였을 뿐이다. 이렇게 된 이상 반란 따위는 일어날 수 없도록 공작성의 주치의가 되어, 소공자를 건강하게 만들어주겠어!
"저만큼 에르안님을 위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까 제 말을 들으셔야 해요."
"뛰세요! 뛰시라고요! 면역력을 길러야 하니까!"
"이 풀 먹으세요. 아 그냥 말대꾸 하지 말고 먹으세요."
어... 근데 왜 이렇게 잘 크지? 원래 이렇게 체격이 좋지는 않았는데? 뭐, 어쨌든 무사히 잘 키워냈으니 기쁘게 사표를 썼는데...
"사표?"
퇴폐적이고 서늘한 분위기의 눈이 가늘게 휘었다.
"리체. 너는 유일하게 나를 위하는 사람이라고 했잖아."
어느새 다리가 얽혀 있었고, 그는 유혹하는 것처럼 내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런데 내가 너를 놓을 수 있겠어? 바보도 아니고 말이야."
지난 생과 다르게 너무도 건강해져버린 그는 성격까지 변한 모양이다.

-리뷰>
1. 리체 (여주)
철벽같은 여주인공입니다. 초반부엔 너무 신분에 매달리지 않나 생각했는데 이해가 된 부분이 70화였습니다. 제국법상 신분이 다르면 정식혼이 불가능하고, 사생아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측실을 인정하는 건 황족들 뿐. 덕분에 멀리 떨어져 있는 영지에서도 하녀들은 피임약이나 아이 떼는 약 등을 처방받으러 오는 일이 잦았습니다. 다 순간의 본능과 욕정에 휩싸여 생기는 비극이라며 그런 경험들이 있으면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작성에 돌아온 이후, 너랑 눈만 마주치면 두근두근한다고. 그래서 미칠 것 같아.' '부정맥이신가봐요.' 그러면서 똑 부러지는 여주인공이죠. 위험한 일이 생기면 '전 빼시고요. 저는 평민이라 뒤를 밟았다는 걸 들키면 신변이 위태로워지거든요.' 그래서 후반부 마지막에 리체가 후회하는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가 다가오는 것은 언제나 당연했고 그녀는 거기에 응해 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한때는 안정된 숨소리조차 간절했는데 어느새 건강한 그를 당연한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나중에 더 잘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2. 황태자
머리가 꽃밭인 황태자입니다. 뭐하러 반역을 해? 어차피 내가 다 쓸어버릴텐데? 작전? 필요없어. 다 쓸어버리면 돼. 등장은 귀엽습니다. 여자랑 말했다고 자기 뭐 실수한 것 없냐며 그러면서 리체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확신하는 것까지. 71화에서도 '승전 이후 여기저기서 칭송해주니, 황궁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릴 때 막둥이로 태어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랐으며, 비록 5년이나 걸렸으나 첫 출정에서는 승리를 쉽게 거두었다.' '무조건 때려 부수는 전쟁 빼고는 모든 면에서 통찰력이 아직 부족했다.' 83화 중에서 '다음에 또 오면 또 죽이면 되지.' '이딴 식이니까 해적 소탕에 5년이나 걸리지...' 이쯤되면 황태자는 개그캐인가 싶습니다.
그래서 에르안과의 티키타카가 특히 재밌었습니다. 에르안이 비꼬아 말해도 '걱정해줘서 고마워. 공작. 생각보다 상냥한 성격이네.' 라고 해맑게 대답하는 황태자입니다.
'희대의 충신 세르이어스 공작? 그건 어떻게 해야돼?' '그냥 닥치고 있으면 됩니다.' '그래. 충신의 말이니 들어야지.' '충신같은 소리하지 마십시오. 기분 더러우니까.' '본디 사람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하는거랬어.' '그래 충신의 말은 들어야지. 본디 충신의 말은 듣기에 쓰다고 그랬어.'
황태자가 그저 정말 귀여웠습니다. 90화 중에서 '형이 점 예민하고 음침한데다 이기적이긴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야.' '그게 나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모르고 의료진에 리체를 추천한 나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그건 멍청하다는 뜻이고.'
97화에서도 분노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에르안에게 왜그래? 하며 해맑게 묻다가 '아. 미안해 공작. 나는 여자를 좋아해. 아무리 충신이라고 해도 그런 마음은 받아줄 수가 없어.'

3. 기억남는 장면
47화 즈음. 과거 거지같던 상사가 내 밑으로 들어오게 만든 리체. 사이다 그 자체. 생각만해도 너무 행복한 일이죠.
그리고 136화에서 에르안이 고모 몰래 뒤로 손바닥에 글씨 써주는 몰랑몰랑한 분위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다음 번에는 나랑 행복해야돼. 데이트 하자는 말이야.
143화에서 '괜찮아. 눈을 감아도 네가 보이거든. 그래서 언제부터 어둠이 무섭지 않더라고.'
반대로 87화 즈음 환자를 살리네 마네 하며 내기를 벌이는데 저는 불편했습니다. 사람 목숨 갖고 그러지 맙시다.

4. 에르안 (남주인공)
사실 웨더릭을 그렇게 의지하고 어떻게 바로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지 싶었으나 94화 서술 중에서 '외롭고 고립된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건 같았지만, 본질적으로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어릴 때부터 알았다. 그는 순식간에 웨더릭에게서 벗어났다. 리체가 곁에 있어주기만 한다면'
미친놈이 되어서 돌아온 에르안. '키가 좀 작은 남자가 취향이야? 그렇다고 내 다리를 자르면 네가 고생할텐데...' 바쁘냐고 찾아온 리체에게는 '아니 전혀. 네가 이 시간에 올 줄 몰랐지 뭐야. 내가 부족했어. 앞으로는 늘 대비하는 마음을 가질게.' 다 건강해져와서 아프다며 꾸물꾸물 붙어있거나. 그 외에는 차가운 공작이죠. 사실 현실에는 절대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미적지근한 상대에게 매달리며 자신이 더 잘하면 된다고 웃는 캐릭터는 슬프지만 현실에 없습니다.
그래서 후에 업보청산이 시작됩니다. 이 부분이 또 쏠쏠한 재미입니다. 에르안이 했던 말 '입양에만 관여하시죠. 자작. 될 수 있으면 좀 협조하시고. 성인의 교제 여부에 대해서 페렐르만 자작이 가진 권리는 없습니다. 페렐르만 자작은 대부지, 친부는 아니잖아요. 자신의 위치를 명확하게 파악하시길 바랍니다.' 이랬는데 그 사람이 아버지. '그렇게 사람 바뀐 척, 요망한 표정 하지 마십시오. 안 넘어갑니다. 절대 허락 못해요. 이미 제게 진실된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주시지 않으셨습니까?' 해서 인간남자가 싫다면 초월적 존재를 원하는 것이냐며 건국 신화에 따르면 첫 황제가 마물 천 마리를 죽이고 용으로 현신했다고 하던데 자신도 마물을 죽이고 오면 될까 묻는 사람이 됩니다.
아, 132화에서 '드디어 독립공국...' 하며 중얼거리는 에르안 귀여웠습니다. 147화에서도 눈 뜨자마자 혹시 그동안 자작님이 자신의 희생에 감동받아 결혼을 허락한다거나 그런 말은 없으셨냐며 묻는 장면이나, 그 정도면 만족스럽다며 구른 보람이 있다며 몇번만 더 구르면 되겠다며 웃는 에르안. 물론 트라우마가 생겨서 메일리스 공국은 싫다.
그래서 외전에 페렐르만 자작이 결혼을 승낙하게 되는 계기가 나오는데 그 부분이 굉장히 웃음을 자아내니 꼭 추천합니다. 옆에서 볼 땐 재밌었는데 그게 내 딸이 될 줄이야...
149화에서도 초상화 핑계가 끝났으니 어떤 핑계를 댈까 고민하기도 하거나 151화에서 '난 네가 내 눈앞에 있으면 위층에서 별 이상한 잡것들이 탭댄스를 추더라도 상관이 없지만... 네가 집중을 못하면 얘기가 달라지지. 기다려. 저게 짐승이든 사람이든 귀신이든 더 이상 찍소리도 못하게 해놓고 올테니까.'
마지막 외전에서도 '이렇게 노력하는데도 아직도 내가 디엘보다 못하다면... 리체의 수발을 가장 잘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방법은 이제 한 가지 뿐...' 작가님 개그코드 저랑 잘맞나 봅니다.

5. 복수
너무 잔인한 일이었습니다. 딸이 살아있다고 믿게 하고, 거짓 정보를 주고, 18년동안 딸을 찾아 미친듯이 돌아다니는걸 웃으며 지켜봅니다. 그리고 그 정보가 거짓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허탕함. '그들이 간신히 작은 희망을 가지며 버티고 있던 18년의 세월이 무상해졌다'(72화 중에서)
그래서 그 복수 방식이 굉장히 적절했다고 봅니다. 사이다. '서쪽으로 계속 달려가는 걸 본 것 같기도 합니다.' 부터 시작해서 전반적인 복수가 통일감 있는 사이다였습니다.

6. 에르안 어머니
나름의 소소한 즐거운 장면들이었습니다. 빌어먹을 내 새끼라며 인성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하고 계신 어머니. 약혼계약서 챙겨주는 어머니나 감동하는 에르란의 티키타카가 기억에 남습니다. 자기 죽기 전까지만 그리면 된다고 허락했지만 에르안에 속을 좀 썩여서 오래 살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하는 개그코드도 좋았습니다. 외전에서도 '아직도 교제허락을 못 받아 오냐며 그러고도 내 아들이냐. 무능력하긴. 난 영지 운영이 적성에 맞지 않아. 이렇게 한가롭게 차나 마시고 리체에게 줄 선물이나 고르면서 빈둥거리는 삶이 적성이란다. 작은 남작령 출신이라고 무시당할까봐 열심히 일하는 척했지만 사실 생산성 없는 하루가 제일 좋아. 네가 일해. 나는 쉴테니까.' '증거는. 거의 넘어왔구나. 내가 이 분야에는 꽤 통찰력이 있단다. 그 증거로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지 않니.'

7. 칸시아
세계관 최강자. '넌 너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생각하는구나.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네 과거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아. 그 정도 사연 없는 인간이 어디 있담.' (152화 중에서)

8. 결론 결말
생각보다 하엘던 최종 흑막이 막 활약하거나 무시무시한 일이 있거나 그러진 안음 재판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됩니다. 마지막으로 인생은 디엘처럼. 우정은 돈으로 표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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